얼마전 <<짱구는 못말려>>(원제 クレヨンしんちゃん)의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가 향년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말썽꾸러기 짱구도 이제 영원히 5세 어린이로 남게 되었다.
나의 짱구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동네서점을 서성이던 나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기존에 흔히 접하던 만화책들 보다 가격이 500원 정도 비싸면서, 판형이 조금 큰 만화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짱구는 못말려>>였다. 성인향 만화였음에도 그 어떠한 경고문구 없이 띠지 정도에 안내문구 정도만 있었던 지라 아무런 문제없이 구입했다. 물론 파는 서점 주인 아주머니는 물론 사는 나도 그게 성인향 만화인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물론 어린 내게 그 내용은 충격 그 자체 였다. 풍선껌 대신 콘돔을 불고 아무대서나 아랫도리를 훌렁 벗는 아이가 나오는 만화를 아무런 경고문구도 없이 출판한 사람은 정말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만화가 빅 히트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애니메이션만 접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만화책에는 야한장면이 꽤 있었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도색잡지라도 보듯이 몰래 숨겨서 보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뭐 일종의 90년대를 풍미한 남자아이들의 선데이 서울 같은거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인간의 욕구를 표현했다느니 그런 거창한 이유 보다도 이 때문에 더 히트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짱구의 신작을 볼 수 없다는 것에 그저 우울해하며...
우스이 요시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 -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나중탁구부는 그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그림으로 표현된 중학생들이 똥, 암내, 성(性)과 훔쳐보기를 통해 보여주는 금기파괴와 일탈의 개그코드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고, 또 다른 일부에게는 ‘엽기’의 붐을 타고 컬트적 인기를 얻게 했죠. 그러나 그의 재능은 엽기만화, 일탈만화에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후의 작품행보를 보면 아주 명확히 드러나는데요. 이나중 탁구부에서 그려낸 성에 관심이 많고, 일상에서 한번쯤 생각해보았던 금기를 시도했던 중학생들을 그렸던 후루야 미노루는 다음 작품 크레이지 군단에서는 가출 고등학생을 그립니다. 이나중에 보였던 개그스타일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자 집에서 나갈것을 요구하는 새아빠를 뒤로 하고 살던 집을 떠나 나온 주인공 형제는 가출하도록 만든 사회와 사회 밑바닥 구성원이 된 자신들의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인 또는 그나마 더 나은 사람들과의 인연속에서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신세를 비관합니다. 이런 모습과 결합된 그의 개그는 더 이상 그저 일탈, 해방감으로 웃어넘기기만 할 것이 아닌 웃음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문제들을 제기합니다.
바로 다음 작품인 그린힐에서는 지금의 우리세대가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목적없이 살아가던 ‘먹고 대학생’ 세키쿠치는 우연히 카페에서 반한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오토바이 클럽인 그린힐에 들고, 다양한 사람을 마나게 됩니다. 30이 넘은 나이로 대머리에 배불뚝이, 마스터베이션 매니아인 인생의 패배자 같지만 사실 5억엔의 상속예정자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리더, 평범하지만 성실한 키노시타, 남몰래 세키쿠치를 사랑하고 있는 요코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웃고 떠들썩한 개그와 사건들이 터져가는 와중에 세키쿠치는 자신이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미래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될지 두려워하고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인류 최대의 적, 귀찮음’과 싸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 바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알 수 없고, 요코다와 관계를 맺게 될 상황에도 이웃집 옥상에 나타난 괴생물체를 발견하고 생포하러 쫒아가는 등 여전히 미숙한 그의 모습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불안과 혼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세키구치의 모습과 저의 모습이 겹쳐 보인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니겠지요.
두더지의 주인공 스미다는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조용히 살아가려는 고등학생입니다. 술주정꾼에 집에는 거의 오지도 않는 아버지 밑에서 강가의 낚시터건물을 집으로 삼아 지내가는 그는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자신의 쓸모없는 인생을 사회에 쓰기 위해 사회에 많은 범죄자들과 쓰레기들을 직접 죽이고 마지막에 자신도 자살을 택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스미다는 마치 땅속에서 굴을 파는 두더지처럼 어두컴컴하고 좁은 자신의 마음속으로 점점 스며들어갑니다. 여자친구와 절친, 관심을 가져주는 경찰아저씨들은 영문을 모른채 점차 고립되어가는 스미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결심을 실행하려 합니다. 이 작품이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가 갖고 있던 정서가 극대화 되었다는 점과 더불어 고민하고 번뇌하던 등장인물들이 드디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한 그의 니힐리즘과 멜랑꼴리즘이 극대화된 이 두더지 이후 작품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바로 다음 작품인 시가테라에서는 극적인 사건의 진행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가테라의 주인공인 오기노는 학교의 불량아 타니와키의 딱갈이로 등장합니다. 그와 같은 신세인 다카이는 타니와키를 저주하며 증오하고 다양한 계획을 통해 벗어나려 하지만 오기노는 속으로만 불만을 품을 뿐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던 와중 오토바이 교습소에서 이상형의 미인 나구모를 만나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 다카이는 타니와키를 죽이려 하면서 극적으로 전개되지만, 주인공 오기노는 계속 휘말리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고뇌하고 힘들어하지만, 결국엔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며, 결말까지 이르러선 결국 아무런 큰 사고 없이 성장한 오기노와 나구모의 모습에서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오히려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로 매우 담백하게 진행됩니다. 현실은 그렇게 극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않다는 것일까요. 저런 상황에서도 평범하게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과 전작 두더지의 색은 매우 명확하게 대비됩니다.
가장 최근작인 심해어에서는 32살의 백화점 경비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자기외엔 아무도 없는 밤시간, 혼자서 속옷차림으로 운동을 하고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토미오카는 대충대충 되는대로 살아오다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고 고독한 것 조차 모를정도로 고독하게 지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고자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조차 사치로 생각하고 두려워 하는 그는 마치 깊은 바다속에 있는 심해어가 급하게 수면쪽으로 올라오면 압력차이와 달라진 상황으로 고통받을걸 알기에 서서히 조심스럽게 자신을 변화시켜갑니다. 시가테라와 마찬가지로 그는 주변인물들의 등장으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양한 사건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저 방관자적이었던 시가테라의 오기노에 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그 과정들을 보여준 이 작품은 아쉽게도 4권에서 끝을 맺습니다. 중간중간의 전개를 설명이 아닌 직접 그려서 표현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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